게임

직접 플레이하며 느낀 『데스 스트랜딩』의 디자인 구조

woogiverse 2025. 7. 28. 22:31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시스템 체득 과정

『데스 스트랜딩』은  플레이 흐름 속에 튜토리얼을 자연스럽게 녹여 시스템을 체득하도록 만든 게임이다. 새로운 아이템을 획득하면 화면 우측 하단에 팁이 표시되긴 하지만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강제로 아이템을 사용하게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플레이어가 직접 필요성을 느끼게 한 뒤, 그 아이템을 자발적으로 사용하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런 설계 덕분에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스템을 익히게 되고, 직접 체득하는 느낌을 더 강하게 받을 수 있다.

  • 배달과 균형잡기

    초반 물길과 돌길을 배치하면서 균형잡기에 대해 인지하게 함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오토바이 충돌로 인해 떨어진 화물을 줍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는 이 게임이 화물을 줍고 옮기는 게임이라는 인식을 하게 한다. 이후 첫 번째 배송지까지 향하는 동안, 나머지 화물을 주우면서 움직이는 동안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과적 상태에 돌입하게 되면서  균형의 중요성을 체험한다. 그리고 길목에 놓인 물길은 의도적으로 균형잡기 시스템을 체득하게 만든다.


  • 초반 전투 학습

 

컷신 이후 아이템 배치로 길을 유도



『데스 스트랜딩』은 게임 내에서 아이템 그리고 지형을 이용하여 플레이어를 움직임 혹은 시선을 유도시켜 자신이 선택하여 움직인 느낌을 준다. 처음으로 첫 몬스터(캡처)를 마주한 상황에서 그에 대한 대표적인 예시이다. 위 사진은 컷신 이후 바로 시작된 플레이 화면이다. 기획자는 좌측 위로 플레이어를 이동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그에 따라 컷신 이후 장면을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구조물을 형성해놓았으며 혈액팩이란 아이템도 드랍해놓으면서 더 강하게 플레이어를 유도시킨다. 이러한 장치들로 인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좌측 고지대 위로 이동하도록 공간을 구성하여, 몬스터와의 *전투 특성(물이 차오르는 저지대 환경)을 통해 직관적으로 공간과 전투를 이해하게 한다.


*캡처와의 전투 특성 상 물이 계속 차올라 낮은 고도에 있으면 이동의 제약이 생겨 전투에 불리

 

 

일정 시간 이후 지급되는 필요한 아이템

 

   캡처와의 전투는 이전까지 획득한 아이템(블러드 그레네이드, 혈액팩 등)을 적절히 사용하면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플레이어마다 그전까지의 플레이 방식이나 루트가 다르기 때문에, 캡처와 미리 조우하여 대응법을 숙지한 플레이어도 있고 아직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플레이어도 있을 수 있다.

게임은 후자의 경우를 대비하여, 이 전투에서 '이 아이템을 사용하면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안내해준다. 아이템이 부족한 플레이어를 위해 전투 현장에서 NPC가 아이템을 드롭해 주는 방식이다. 이것은 강제적이고 지루한 튜토리얼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스스로 게임 내 아이템의 활용 방법을 깨닫고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 가이드 역할을 한다. 또한 플레이어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반복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며 느끼는 피로도를 줄이려는 배려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능동적으로 시스템을 학습하며 게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게 된다.



직관적이고 유연한 플레이어 유도 설계

게임은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행동한다고 느끼게 하면서도 특정 루트를 선택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 강제성과 자율성 사이의 균형
    컷신 이후 사다리가 앞에 바로 배치

    『데스 스트랜딩』에서는 컷신에서 바로 이어지는 전투나 특정 상황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는 스토리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종의 '강제적 플레이 구간'으로, 게임 진행을 위해 일정 부분 플레이어의 자율성을 제한한다. 하지만 게임은 이 구간에서도 플레이어가 최대한 자율적인 느낌을 받으며 플레이하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길을 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배치하거나, 사다리와 같은 구조물을 직관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플레이어가 “이쪽으로 가야겠지?” 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도록 만든다.

    다시 말해, 게임은 강제적 흐름 속에서도 플레이어가 본인이 선택하여 클리어했다고 느끼게끔 직관적인 환경과 오브젝트 배치를 통해 자연스러운 길을 제시하는 설계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도 게임의 스토리 흐름에 따라 플레이를 이어나갈 수 있다.


  • 이동 난이도를 통한 행동 유도
    『데스 스트랜딩』은 언덕, 바위, 강물 등 다양한 지형 장애물을 의도적으로 배치하여 플레이어의 이동 방식을 제한한다. 초반에는 적은 양의 화물을 들고 단순히 걷거나 달리는 방식으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사다리나 앵커 같은 기본적인 아이템을 이용하면 목적지까지 큰 어려움 없이 도달할 수 있다.이런 경험은 게임 내내 반복된다. 예를 들어 타임폴이 내리는 지역, 설산 지대, 강력한 눈보라가 있는 환경에서는 기존 방식의 이동이 더 어려워지며, 트럭이나 국도, 서포트 스켈레톤 같은 추가적인 이동 수단을 이용해 새로운 해결책을 찾게 된다. 결국 플레이어는 반복적인 경험 속에서도 계속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지형과 환경에 적응해가며 스스로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토바이 획득 이후 험난한 직선루트 보다 빨간색 루트의 이동 방식을 자연스럽게 선호하게 됨

    게임 초반 화물의 양이 많아지고 무게가 증가하면서 단순한 이동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이때 게임은 오토바이를 제공해 더 많은 화물을 옮길 수 있게 한다. 오토바이는 평범한 경사면은 쉽게 오를 수 있지만, 돌과 같은 장애물 앞에서는 이동이 어려워진다. 이로 인해 플레이어는 그동안 사용해왔던 직선 루트 대신 지도를 열고 우회로를 찾아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즉,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지형과 루트를 깊이 있게 고민하고, 새로운 방식을 찾게끔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다.

 

 

'불편 → 해소 → 연결'의 강력한 설계

『데스 스트랜딩』은 일부러 플레이어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이를 직접 해결하면서 게임의 핵심 철학인 연결을 체득하게 한다.

 

불편과 해소의 반복 사이클
게임 속 지역들은 처음 방문했을 때는 '카이랄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포터(플레이어)들이 미리 만들어놓은 시설이나 PCC와 같은 편의 시설을 사용할 수 없다. 플레이어는 이때마다 직접 험난한 지형을 가로질러 목적지까지 이동해야 한다. 이렇게 첫 방문 과정에서 불편함을 경험하면 다음 방문부터는 그 불편함을 직접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시설이나 국도를 건설하는 계기가 된다. 결국 이 과정이 『데스 스트랜딩』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인 철학이자 핵심적인 재미 요소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메인 스토리 또한 연결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불편함이 플레이어 스스로 그 불편을 해결하며 맵 전체를 연결하는 성취감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처음에는 내 편의를 위해 작업을 진행하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방문하게 되면 결국 그 지역과 주변 지역 전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게 된다. 게임이 의도한 '전체를 연결하는 재미'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나중에는 맵 전체를 국도와 시설로 채워 전 지역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자체가 게임 플레이의 주된 동기가 된다.


황량한 공간이 주는 감정 설계와 연결의 의미

 

『데스 스트랜딩』의 자주 언급되는 비판 중 하나는 지나치게 광활하고 황량한 공간이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 황량함 자체가 게임의 기획 의도임을 깨닫게 된다.
   게임 속 황량한 공간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이 공간을 자신이 직접 채워야 한다는 동기를 부여한다. 빈 공간이 많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더욱 적극적으로 시설을 설치하고 국도를 건설하게 되며 이 과정이 반복됨에 따라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연결의 의미를 체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