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던 『 데스 스트랜딩 』
『데스 스트랜딩 2』 의 출시 소식을 듣고 뒤늦게나마 1편을 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다. "배달 시뮬", "영화처럼 길기만 한 컷신" 같은 악평으로 인해 플레이를 꺼렸지만 그래도 “한 번은 직접 플레이해보자”는 생각으로 패드를 잡았고 결국 70시간을 채우고 엔딩을 봤다. 예상했던 호불호는 분명했다. 초 매우 긴 초반 컷신 그리고 걷기만 하는 플레이에서 진입장벽을 느끼긴 했지만 답답함이 느껴질 즈음 여러 보조 기능(서포트 스켈레톤·오토바이·국도)이 해금되면서 이동에 대한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줄었고, 내가 깐 시설 덕에 지도 한가운데에 '내 길'이 생겨나는 경험은 생각보다 중독적이었다. 전투 도파민 대신 물류 최적화와 '연결'의 성취감이 보상을 대신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었고, 호불호의 핵심도 그 지점에 있다고 느꼈다. 광활한 배경과 타이밍 맞춰 흐르는 음악, 줌-아웃 연출까지 합쳐지면 반복 루틴에서도 지루함이 크게 줄었다.
*개인적으로는 배경음악의 감동이 매우 컸다.
물론 옹호만 할 순 없다. 너무 많은 후반부 컷신는 서사 몰입 대신 피로감을 줬고, 오토바이 조작감과 국도 배터리 범위는 끝까지 거슬렸다. 배달 타이쿤이라고 불린 만큼의 장르적 실험이 매력적인 만큼 이런 불편이 더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게임을 극호로 느꼈다. 불편함을 맛본 뒤 스스로 해결책을 만들어 연결을 완성하는 과정, 그 디자인 의도가 또렷하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걷기만 하는 배달 시뮬레이션?
전투나 퍼즐보다 '짐 들고 걷기'가 플레이의 거의 전부여서 반복적이고 이동 중 이벤트 밀도가 낮다며 “AAA 가격의 워킹 시뮬”이라는 혹평이 존재하지만 나는 오히려 이 불편이 게임의 핵심 설계라고 생각한다.
불편 → 해방 구조
- 초반 언덕ㆍ과적ㆍ타임폴은 의도적으로 이동을 답답하게 만듦
- 그러나 ① 서포트 스켈레톤 → ② 오토바이 → ③ 국도가 순차 해금되면서 내가 겪은 불편을 내 손으로 해결하도록 설계돼 있음
- 이동이 빨라질 때마다 체감되는 도파민은 전투 승리와 다른 성취감을 줌
‘길 만들기’가 콘텐츠
- 국도·사다리·쉘터를 직접 깔아두면 다른 플레이어와 '좋아요'를 주고받음
- 반복 운송이 곧 맵 편의성 향상 작업이 되면서 한 번 더 다녀오겠다는 동기가 생김

길고 난해한 컷신
데스 스트랜딩을 둘러싼 가장 흔한 비판 중 하나가 컷신의 비중이 너무 과하다는 지적이다.
컷신 모음이 거의 영화 3편 분량(7시간)
전체 러닝타임에서 컷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고, 특히 후반부에는 20~30 분짜리 영화형 시퀀스가 연달아 붙어 있다. 나 역시 계속되는 후반 컷신와 반복되는 연출에는 게임을 재밌게 플레이한 나조차도 의문을 느낀 부분이지만, 초반부 컷신 분량만큼은 불만이 없었다.

왜 초반 컷신은 필요했을까?
- 새 장르 그리고 새 문법을 설명해야 했다
'배달'이라는 행위가 핵심 루프인 AAA 게임은 전례가 거의 없다. 몬스터를 왜 처치해야 하는지는 쉽게 납득해도 "왜 굳이 배달하느냐"는 설득이 필요하다. 코지마가 긴 인트로 컷신을 통해 배달의 당위성 · BT·타임폴·카이랄 네트워크 같은 기초 개념을 먼저 깔아 둔 이유가 생각한다. - 고유 용어는 100 % 이해할 필요가 없다
초반 설명이 많다며 난해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실제 플레이를 해보면 용어를 완벽히 소화하지 않아도 게임 진행엔 큰 지장이 없다. 시스템·세계관은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보강된다. 다만 평소 접해왔던 전투 장르의 게임을 기대하고 온 유저에게는 이 첫인상이 길고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공감하는 문제점—중·후반 컷신 러시
- 힉스 최종전
'때리고 도망 → 연출 → 반복'이 여러 번 이어진다. 반복 자체가 서사를 전달하려는 장치라 해도, 전투 리듬을 끊고 긴장감만 늘어뜨린다. - 클리프 엉거(전쟁 시퀀스)
담배를 피우는 클리프의 클로즈업이 과도하게 반복된다. 담배가 상징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아 같은 장면의 소모적 반복으로 느껴졌다.
- 아멜리∙샘 해변 장면
엔딩 직전 대화가 한꺼번에 쏟아져 엄청난 설명충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전 챕터에서 단계적으로 풀어냈다면 피로도가 훨씬 낮았을 것이다.
정리
| 컷신 | 긍정 요소 | 아쉬운 포인트 |
| 인트로·초반 | 새 장르(배달)·핵심 용어를 미리 설명해 진입 논리를 확보 | 정보량이 많아 초반 몰입을 늦춤 |
| 중·후반 | 일부 감정 페이싱(전투 직후 휴식)·연출미·OST | 힉스,엉거,아멜리 전개가 과도하게 반복적 |
| 총평 | 연출과 음악은 훌륭, 컷신 자체의 완성도는 높음 | 분량·편집·배치가 문제 → 영화 같다는 피로감 유발 |
마무리

게임의 가장 큰 강점은 '연결을 통한 불편 → 해방' 흐름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언덕과 과적 화물에 고전하던 초반에서 내가 깐 국도를 질주하는 후반으로 변할 때 체감되는 도파민은 다른 게임들에서 느껴지는 전투 승리에서 느끼는 해방감과는 결이 다르다. 또, 사다리, 쉼터 하나 하나가 다른 플레이어에게 도움이 되고 따봉으로 돌아올 때, '길을 만든다'는 보람이 확실히 전해진다. 광활한 배경을 비추며 깔리는 OST는 반복 루틴의 지루함을 잡아 주는 훌륭한 완충 장치였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엔딩 직전 컷신 러쉬는 서사를 분산하거나 플레이어블로 나눴다면 피로감이 훨씬 적었을 것이다. 오토바이는 조작감이 거칠고, 국도 위 배터리 무제한 범위가 좁아 이동 편의가 반감된다. 자동 운전이나 운전 보정 같은 최소한의 편의 기능이 있었다면 이동 스트레스가 크게 줄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스 스트랜딩은 전투 대신 물류 최적화와 '연결'에 보상을 배치한 보기 드문 AAA 실험작이다. 불편을 견디고 직접 해결책을 만들고 마침내 세상을 연결하는 경험은 다른 오픈월드 게임에서 맛보기 어렵다. 전투 중심 액션을 기대한다면 당황할 수 있지만 새로운 디자인 철학을 체험해 보고 싶다면 한 번쯤 직접 플레이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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